나는 작년에 응시했던 재수생으로 2019년은 수험 생활과 파트타임 일을 병행하며 공부를 했고,
공부에만 올인한 수험생활은 1달 남짓이기 때문에 하루 16시간 꼬박 공부에만 매진하며 뼈를 깍는 심정으로 공부한 사람에 밀려 낙방을 한다고 해도 할말이 없다.
하지만 나는 지금 너무 억울하다.
2019년 계리직 시험 문제는 사이코패스가 문제를 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시험 특성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라는 말을 하기 쉽지만 이번 2019년 계리직시험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는 "내가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 아니다.
시험이라는 것은 공무원이 되기 위한 도구이기 이전에 내 실력을 오롯이 평가받는 시간이다.
3만여명의 접수 인원 중 1만8천여명(60%)은 바로 그 실력 평가를 위해서 1년 안 팎의 시간을 갈고 다듬으며 2019년 10월 19일을 향해 달려온 것이다.
우리, 아니. 적어도 내가 이 시험에 분노하는 이유는 우정청이라는 정부기관이 1만8천여명의 국민들을 기만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사회에서 내 노력을 공정하게 평가받고 싶다는 욕구가 좌절되었기 때문이다.
이 사회에서 내가 노력에 의해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꺾어버렸다는 사실 그 자체 때문이다.
지엽적인 곳에서 문제가 나올 수 있다.
한번도 본 적 없는 듣보잡 사료도 나올 수 있다.
만점 방지를 위해 함정 문제를 파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60분이라는 시험시간동안 그 문제를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출제 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20문제당 1시간 안에 푸는 것으로 착각하고 출제한양.......
13페이지(무려 2페이지가 추가)
이미지, 제외하고 오로지 텍스트로만 비교해봐도. 2만 2천글자....... 60분...
반면 작년 계리직 시험문제 11페이지, 글자 수 1500여자...
작년이 유독 쉬웠던거 아니냐고?
작년엔 쉬웠다. 너무 쉬워서 커트라인이 90점대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할만큼..... (다행히 커트라인은 85점 안팎으로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올해 예상 컷? 55점 안팎........... 이건 경쟁률이 한자리수인 기능직이나 경력직 대상으로 한 공무원 시험에서도 나온 적이 없는 컷이다..... 과락만 면하면 기다려보라고 할 시험이라니......... 이게 학생들의 실력 평가가 가능한 문제가 맞는가? 연습삼아 시험보러 온 사람이 공부 1도 안한 과목 한 번호로만 일렬로 찍은 점수가 더 높아서 합격선이 되었다는 시험이 바로 이 시험이다.
타 직렬 타 과목도 20문제당(20분) 통상 4~500자 정도 수준으로 문제를 출제하고 있고
*3을 한다고 해도 1.2만~1.5만자 정도 수준에서 문제가 출시되는 게 보통의 문해력에 걸맞다.
1시간에 1.2~1.5만 글자라는 건 충분히 연습된 수험생들이 아니고선 누구나 시간에 쫓기는 빠듯한 글자이다. (한국 사람 평균 글자 읽는 속도는 1분당 150자~180자)
2019년 사이코패스가 출제한 문제는 답안 시간을 제외하면 최대 55분 안에 2.2만 글자를 모두 소화해야 한다는 소리이다.
올해만 유독 속독학원출신자들을 상대로 낸 시험인가?
60분간 문제 읽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거기다가 그 문제를 분석해서 답까지 찾으라는게 과연 애초에 가능한 일이었을까?
공부 좀 해본 사람이라고 한다면
하기 쉬운데.
그게 올해 계리직 응시자들이 성토한 이유이다.
사실 과거 1.5만 정도의 텍스트가 주어진 시험에서도 수험생들은 (ㄱ,ㄴ), (ㄷ,ㄹ) 식으로 묶여 불필요한 보기를 먼저 소거해버리는 방식으로 텍스트 읽기 시간을 단축한 것이다.
그런데 자그마치 6~7개의 보기를 주고 골라보라고 하는 문제, 심지어 그 중에 맞는 개수를 찾으라는 문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하나의 보기도 빼놓지 않고 읽고 이해해야 정답 찾기가 가능하다.
그런 문제들을 내주고 2.2만자의 글자를 교묘하게 어간이나 어미를 바꾸는 문제를 다수 포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55분내에 읽으라는 것이 찍기를 강요한 게 아니면 무엇인가?
왜 수험생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려고 한 것인가?
서울에서 62명을 채용하는데 1천여명이 지원했다.
62등 안에 들지 못해 떨어진다면, 그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리고 그 실패를 통해서 나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험을 통해서 내가 배운 것은
단지
수험생들은 전지전능한 장난으로 찍어 누르는 개미 같은 존재들이라는 깨달음 뿐이다.
때문에
모든 노력이 얼마나 부질없고 내가 얼마나 도박과 같은 시간을 보낸 것인지 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계리직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말해주고 싶다. 계리직 절대로 하지마라
계리직시험이 무당직이라고 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라고
계리직 시험이라는 타 직렬처럼 매년 정기적으로 존재하는 시험이던가?
경찰직처럼 1년에도 몇번씩 시험이 치러져서 다음 기회를 노리면 그 뿐인 시험이던가?
서울직/지방직처럼 과목이 겹쳐서 실력이 있는자라면 어떤 시험에서라도 결실을 맺게 될 시험이던가?
7급 문제도 이거보다는 더 풀 수 있게 나온다고 하는 문제를 내놓고
누군가 이런 시험에 좌절해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번이라도 해봤을까?
그렇다면 이 문제 출제자, 아니 출제자들은 하청업체일 뿐이고, 이 문제를 검토한 우정청 책임자.... 당신은 살인자다.
당신은 이런 문제와 과목을 특성, 시험 과목 전반에 대한 이해를 갖추고 문제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으면서 직무 유기를 한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사이코패스고, 3만 수험생들을 기만했고, 선발 인원 외의 모든 응시자들을 찍어눌러 죽여야할 모기 정도로 생각한 것 밖에 안된다.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고 나오자 마자 우정총국을 불사지르고 갑신정변을 일으키고 싶다는 웃픈 농담을 하고
인강 강사가 이 참담한 심정 앞에 눈시울을 붉히고 수험생들은 강사를 위로하고 강사들은 수험생을 위로하면서 버티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합격권 점수를 받아도 기쁘지가 않고, 과락을 받아 합격을 기대하지 않는 사람들도 슬픔보다 분노가 앞서고, 억울함이 이는 그런 시험문제. 사이코패스 시험문제.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이 이런 갑질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계리직을 비롯한 다른 공무원수험생 모두가 경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이런 성토로 재시험을 치르게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앞으로 국가기관이 이런 시험 문제 갑질로 지금 남아있는 수험생들을 더이상 죽이지 않기를........
채용 갑질이 2019년 계리직에서 종지부를 찍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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